명품 시장 불황에도, ‘명품 중의 명품’인 위버럭셔리(uber luxury) 매출은 늘어
증여세 피할 수 있어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불가리 하이 주얼리, 수억원 대 제품 인기… 두 자릿수 성장대 이어져
같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이라 해도 ‘급’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엔트리(entry) 제품이 있는가 하면, 워낙 귀해 웬만한 매장에는 진열조차 되지 않는 최상급 제품이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BVLGARI)가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 하나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VIP를 대상으로 하는 하이 주얼리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명품 시장은 죽고 있지만, 희소성이 큰 ‘명품 중의 명품’인 위버럭셔리(uber luxury)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이희승 롯데백화점 수석바이어는 “최근 5년 사이 하이엔드 파인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지난달 명품관 에비뉴엘에 전시한 불가리 주얼리 세트(8억원대) 역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 명품 브랜드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코리아의 매출은 2013년 이후로 꾸준히 성장세다. 2년 전 이미 국내 매출 1천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불가리코리아의 2015년 매출은 1097억원으로 전년(953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25억3000만원으로 전년(96억1000만원)과 비교해 30% 늘었다. 불가리코리아의 2016년 실적은 다음달 공개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두자릿수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증여세 피하면서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는 보석, 진짜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
1963년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뱀을 휘어감은 듯한 형상의 불가리 주얼리를 착용해 큰 화제가 됐다. /사진=핀터레스트
하이 주얼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이유는 보석의 ‘자산 가치’ 때문이다. 보석은 증여세를 피하면서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어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불가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전세계에 1600여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재테크 가치도 크다.
김종목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 회장은 “안전자산인 금 투자를 하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금은 보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진짜 부자들은 일찍이 보석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다이아몬드의 경우 보관과 이동이 용이하고 희소성과 환금성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 회장은 “최근 10년 사이 1캐럿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약 두 배 뛰었다”며 “자연이 만든 상품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고 오래 보유하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산가들의 투자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석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완화된 점도 호재다. 작년 1월부터 보석에 대한 26%의 개별소비세 과세 기준가격이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매 공정마다 부과되는데서 반출 한 번 과세로 변경됐다.
명품 브랜드 판매원 A씨는 “억대 이상의 고가 보석을 샀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자산가는 없다”며 “하이주얼리의 판매는 알음알음 소개로 운영되고 있고, 보안상 문제로 정보도 거의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얼마 어치의 보석을 샀는지는 쉽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불가리 家 3세 니콜라“과거의 영광만으로 살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시대를 반영한 주얼리 선보여
불가리의 ‘세르펜티 주얼리 컬렉션’은 우아한 관능미와 정교한 기술의 조합을 통해 불가리 고유의 스타일을 뚜렷하게 보여준다./사진=불가리 제공
불가리의 주얼리는 창립 초기부터 프랑스계 브랜드인 까르띠에나 반클리프 아펠, 미국계 브랜드인 티파니나 해리 윈스턴과는 사뭇 달랐다. 특유의 대범하고 관능적인 디자인과 화려한 색채 조합은 이탈리아 브랜드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했고, 이내 불가리 고유의 스타일로 대중들 사이에서 각인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그리스의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이탈리아의 대범함을 잘 조화시킨 불가리의 디자인은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내게 있어 불가리 매장에 들르는 것은 최고의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현대미술) 전시회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불가리는 1940년대부터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풍요, 부활, 불멸을 상징하는 뱀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스타일의 시계와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세르펜티(Serpenti·이탈리아어로 뱀을 뜻함) 컬렉션’이다. 세르펜티 컬렉션은 뱀의 비늘 모양에서 힌트를 받아 개별 부속을 연결해 뱀이 똬리를 트는 동작을 시계와 주얼리의 디자인으로 형상화했다. 옐로 골드와 자개,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핑크 골드와 오닉스 등의 소재를 활용한 다채로운 제품으로 구성되었다.
뉴밀레니엄을 기념하며 2000년 출시되어 불가리를 대표하는 켈력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비제로원(B.zero1)은 나선 모양과 불가리 브랜드 로고가 결합된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비제로원이라는 이름은 불가리의 'B'와 숫자 0과 1을 결합한 것이다. 플레인 골드, 다이아몬드와 다양한 원석으로 세팅된 반지를 시작으로 팔찌, 펜던트, 귀고리, 시계 그리고 핸드백 부속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아이템으로 탄생되었다. 불가리 역사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 중 하나로, 론칭된 이래 전세계에서 150만 개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불가리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비제로원은 국내에서 예물 주얼리로 인기가 높다./사진=불가리 제공
많은 패션 전문가들은 불가리의 성공 비결을 시대와 취향의 변화를 제품에 적절히 반영한 것에서 찾고 있다. 불가리의 장인들은 스타일이 시간의 흐름, 사람들의 취향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불가리의 스타일은 고전 정신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디자인을 반영하는 것이다.
니콜라 불가리(Nicola Bulgari) 불가리 이사회 부회장은 “과거의 영광만으로 살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이라며 “성공하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 나라마다 디자인 변형하는 현지화 전략 고수…고객 만족 위해 럭셔리 호텔 사업 뛰어들어
불가리의 가장 큰 강점은 현지화 전략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불가리는 각 시장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나라별로 출시한 제품에 약간씩 변형을 준다.
프란체스코 트라파니 최고경영자는 과거 상하이에서 열린 비즈니스 오브 럭셔리 포럼에서 “아시아 고객의 경우 약간 널찍한 디자인의 반지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해 아시아 시장에서 판매하는 반지류는 타 시장에 비해 둘레가 넓도록 디자인했으며 또 아시아 고객들이 섬세하면서도 상큼한 과일향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 지역을 위해 ‘옴니아 크리스털라이즈’ 향수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불가리의 발리 리조트는 2010년 장동건, 고소영 커플의 신혼여행지로 알려져있다./사진=불가리 제공
불가리가 패션과 거리있는 호텔산업에 명품업계 최초로 진출한 이유도 고객에게 불가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불가리 전체 사업에서 호텔은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고객과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불가리가 무엇이든 탁월하게 해내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불가리는 불가리 호텔이 해당 도시의 핫 스폿이 되도록 레스토랑과 장소 등 분위기 에 신경 썼으며 해당 지역에 대한 환원에도 치중했다. 트라파니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불가리 호텔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불가리 스타일을 나타내고 강조한다. 모든 호텔 디자인이 확실하게 불가리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 전 세계 아동교육 후원하는 ‘착한 반지’ 불가리 비제로원
불가리의 숨은 매력이 또 하나 있다. 소외된 어린이들을 돕는 ‘착한 주얼리’를 꾸준히 내놓으며 여느 명품 브랜드보다 돋보이는 사회공헌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불가리의 ‘세이브더칠드런’ 반지/사진=불가리 제공
불가리는 2009년부터 국제아동 권리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손잡고 전 세계 분쟁지역 혹은 긴급구호가 필요한 곳의 아동을 위한 교육 후원 캠페인에 기부하는 한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스털링 실버, 블랙 세라믹 소재의 반지와 펜던트 목걸이가 대표적이다. 불가리의 간판 컬렉션인 ‘비제로원’을 바탕으로 한 제품으로 판매가격의 20%가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된다.
나오미 와츠, 벤 스틸러, 제러미 러너, 에릭 바나, 맥 라이언, 애드리언 브로디, 스팅, 장쯔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불가리의 자선 화보를 찍어 이 제품의 의미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불가리는 이들 제품을 통해 지금까지 약 300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역시 이 캠페인을 통해 불가리로부터 5억원 이상을 지원받아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우간다의 아동 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데 썼다. 이 단체 관계자는 “명품업계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기부에 동참하는 곳은 불가리가 유일하고 기부액 규모도 크다”고 전했다.
원문보기: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7031303077#csidx0f4b8fd4155154097fc12ee0f68c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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